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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낡은 신념에서 벗어나는 것과 주식투자에 대한 생각

by 후치 네드발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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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시장이 쉽지 않지요. 1월에만 해도 좋았는데, 지금도 코스피 지수는 올라가는데, 왜 내 보유종목들은 오르지 않을까? 계좌에서 한 종목은 조금 올라도 2, 3개는 떨어지는 그런 상황인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에서 지수는 오르고, 오르는 종목은 크게 올라도 대다수의 종목이 지지부진하니까요.

 

 

전 요즘 조금 슬럼프였습니다. 좌절할 만큼 큰 슬럼프 같은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주식시장을 관찰하고 변화가 많은, 그런 바쁜 일상인 것은 그대로인데. 계속 마음속 어딘가 작은 가시가 박혀있는 듯 찜찜한 기분이 드는 작은 슬럼프인 상태였습니다. 어찌 보면 저도 최근 1~2월 대비 계좌가 잘 오르지 않아서 더 그런 기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시기이기에 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딱히 주식 시장이 힘들거나, 하고 있는 투자가 잘 안 된다고 큰 좌절을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시장이, 주식투자가 쉬웠던 적도 없습니다. 그 어려운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전략을 찾아가야 하는 게 제 일인 거지요. 그런데 요즘 제 계좌가 지지부진한 걸 보면서 '내가 정말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유연한 투자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세상의 변화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보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이 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와 리포트들을 훑어보지요. 저를 포함해서 이 글을 보는 주식투자자분들 중에도 주변에서 넌 정말 별 걸 다 알고 있구나라는 반응을 받아본 적 있겠지요.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갇힌 거 같다고. ‘나는 아는 것을 제대로 투자에 활용하고 있나? 활용하지 못했다면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아닌가?’ 모르는 것보다 어설프게 배운 게 더 위험하다고 하지요. 주식투자를 몇 년 하다 보면 그런 위험이 나타나는 게 보이는데, 저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습니다.

 

 

보고 있던 종목을 놓쳤다고 해서 얻지 못한 수익에 대해 미련을 가지는 성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던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는 한 번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실에서 온라인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걸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 에코마케팅과 동방, 슈피겐코리아를 놓쳤지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고 마켓 컬리가 소화를 다 하지 못해서 오아시스 마켓으로 고객들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지어소프트를 놓쳤습니다. 미용산업의 인기가 커지고, 고가의 상품도 잘 팔린다는 것을 미용에 관심이 많은 저는 잘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전 클래시스나 지티지 웰니스에 투자를 하지 못했습니다. 스트릿 패션 유튜브를 즐겨보면서도 휠라코리아나 화승인더 등에 투자하지 않았지요.

그 밖에도 더 많지만... 제가 이런 기업들을 몰랐을까요? 아니요. 일찍이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이고 리포트나 뉴스를 찾아봤던 기업들입니다. 지티지웰니스 같은 경우, 리포트도 안 나오던 시절에 관심이 있어서 홈페이지를 뒤져봤던 기업이기도 하지요.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항상 세상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알아보는데 왜 막상 투자는 하지 못했을까? 저는 그것이 제가 제 생각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은 제가 과거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던 스타일의 기업들이 아닙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성장하는 기업들이니까요. 그렇기에 저도 관심 있게 보면서도 주가가 얼마나 오르겠어, 투자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겠어, 아직 성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라며 직접 돈을 투자하는 행동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주식투자자는 늘 한 발 앞서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현실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산업과 문화를 뒤로 한 채 저는 모니터 속 주식시장만 보며 정체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지식이 제 발목을 잡고, 투자의 관점에서는 낯설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못했던 거지요.

 

 

최근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 한 채 찜찜한 기분을 유지하다가 어제 서점에서 책을 한 권 구입했습니다. 스펜서 존슨의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입니다. 과거 인기가 많았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후속작이자, 2017년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마지막 책이지요.

 

제가 이 책을 산 이유는 이 한 문장을 보고 나서입니다.

과거의 신념은 우리를 새 치즈로 이끌지 않는다.”

이 문장에 마음이 끌려서 책을 구입했고 짧은 책이기에 어제 3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정독했습니다

 

 

이 책은 앞부분에서 사람들이 토론을 하는 모습이 서술됩니다. 그리고 하나의 동화가 나오지요. 미로 속에 살던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생쥐와 꼬마인간인 헴과 허에게는 늘 먹을 수 있는 치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치즈가 전부 없어지지요. 그러자 두 생쥐는 빠르게 치즈를 찾으러 떠났고, 망설이던 허도 결국 치즈를 찾으러 떠납니다.

 

하지만 헴은 그러지 못하지요. 늘 그 자리에 있던 치즈가 왜 없어졌는지 고민만 하고, 자신을 두고 떠난 허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 원망을 하지요. 그러다 허기에 지쳐 죽을 것 같으니, 헴도 치즈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낡은 신념이 얼마나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는지 깨달아가지요.

 

 

신념은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생각이다.

과거의 신념이 우리를 가둘 수 있다.

어떤 신념은 우리를 주저앉히고 어떤 신념은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우리는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신념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선택하는 장본인이다.

 

-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

 

 

동화가 끝나면 마지막에 다시 토론장의 모습이 서술됩니다. 아래의 내용을 읽었을 때 저는 마음속 찜찜하게 느끼던 가시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념에 대해 살필 때 저는 헴의 질문을 차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물어볼게요. ‘그게 당신을 나아가게 하나요, 주저앉게 하나요?’ ‘그게 당신을 미로 밖으로 나오게 하나요, 제자리에서 빙빙 돌게 만드나요?’

 

 

팀은 탁자를 내려다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명심하세요, .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나의 본모습이 바뀌는 건 아니랍니다."

 

 

저는 이 글에서 제가 찾고자 했던 답이 어느 정도 나왔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말과도 비슷하지요. 원칙을 세우고 신념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주식투자를 하든, 삶에 있어서든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나아가게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게 만들 때가 있지요. 그걸 알면서도 잘 버리지를 못합니다.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익숙한 것을 버리는 것은 두려울 때가 많지요. 제가 최근 주식투자를 하면서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보다 기존의 투자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같은 문제였다고 봅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 첨부하지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침에 읽지 못한 신문을 읽는데 마침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의 인터뷰가 보였습니다. 나이 85, 창립 50주년의 7조 그룹의 회장. 참지잡이 어선에서 7년간 배를 타고 지구 200바퀴를 돌아다니다가 직원 3명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이 날까지 키운 그의 은퇴 인터뷰였습니다.

 

기자가 김재철 회장에게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으니, 남아있는 경영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도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책상에는 AI 관련 책들이 놓여있었고,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AI 관련 서적들을 번역해서 임원들과 토론을 했다고 하더군요. 김재철 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이거였습니다.

변화의 시대에 먼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시인 사뮤엘 울만은 <청춘>이란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이면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고,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라고 했지요.

 

85세의 나이로 은퇴 인터뷰를 위해 밝은 정장과 분홍 넥타이를 하고, 앞으로의 미래와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한 발 먼저 관심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그는 여전히 청춘 같이 보였습니다. 그보다 한참 어리고 변화를 쫓아다니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저는 최근 그러지 못했고요. 어찌 보면 주식투자자는 생각만큼은 늘 청춘처럼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이며 열려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요. 여러 이유를 핑계로 댄 채 자신이 변화해야 할 때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고민만 많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은 계속 변합니다. 산업도 변하고 주식시장도 변하지요. 사람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주식투자를 하는 방법이 불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제 작은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행동들을 시도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저처럼 주식투자가 어려운 분이라면 시장의 문제를 떠나 자신이 갖고 있던 낡은 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얼마나 변화하려 했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해서 이 두서없는 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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