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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뛰는 투자자 위에 나는 투자자

by 후치 네드발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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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는 분과 별개로 콘텐츠 준비를 하는 것이 있어서 쿠팡 관련 내용을 찾아볼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쿠팡은 손정의 회장의 자금 수혈로 어찌어찌 목숨 부지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 적자 44조 원짜리 기업은 공부할수록 참 성장성이 애매... 미묘... 하네요.어쨌든 쿠팡을 공부하다 보니, 배달의 민족 뉴스가 엮여서 나옵니다.

최근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면서, 딜리버리 히어로가 요기요, 배달통, 배달의 민족까지, 국내 배달 어플 기업을 죄다 차지해버렸지요. 거기에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합병 이슈가 나오면서 ‘독과점’ 문제로도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되었다는 비판을 들으면서 김봉진 대표가 여러 가지로 억울한 심정이 있는지 여기저기서 인터뷰를 하고 있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배달의 민족은 쿠팡은 일본 기업 아니냐고 디스를 했지요. 이전에 배달의 민족은 쿠팡의 쿠팡 이츠 문제로 마찰이 있었기에 이런 이야기도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쿠팡도 따져보면,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비전 펀드가- 투자했으니 일본 자본 아니냐는 거지요.

사실 따져보면 비전 펀드의 최대 투자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이기에, 쿠팡은 ‘재팬 쿠팡’이라기보다’‘싸우디 쿠팡’이라고 까야 하나... 도... 싶기도 한데.

솔직히, 국내 유니콘 기업에서 해외 자본 안 들어간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요. 스타트업은 적자가 나도 자금 수혈을 해줘야 버티며 클 수 있는데. 하지만 배달의 민족이 혼자 너무 두드려 맞는 거 같으니 속상한 가 봅니다.

그리고 비상장 기업이든 상장기업이든 많지요. 해외 자본 들어간 국내 기업.푸근한 할머니가 대표님일 것 같은, 어딜 봐도 토종 기업 같이 보이는 놀부보쌈, 놀부 부대찌개의 ‘놀부’도 미국의 모건스탠리 PE가PE 지분 100% 갖고 있고.(올해 매물로 나올 예정입니다.) 국내 오픈마켓의 조상님 같은 G마켓, 옥션, G9를 갖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도 결국 미국의 이베이가 지분을 다 갖고 있지요. 에쓰 오일~에쓰 오일~에쓰 오일~~ 좋은~~ 기름이니까~라는 에쓰 오일도 대표가 아랍인, 최대주주는 아람코의 자회사이고, 린~나~이 린나이코리아의 지분은 일본 린나이가 다 쥐고 있지요. 따져보면 아가방도 최대주주가 중국 쪽이고,쌍용자동차는 인도 소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지분 관계 파고, 판다면 어느 국가가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물론 저는 스타트업과 대기업과의 협력이 잘 이루어져서 국내에서 더 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뛰는 국내 스타트업 위에 나는 외국인 자본세력이 있는 것이 현실이긴 합니다.

사실 이번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서론 참 길었네요. 배경지식으로 익혀두면 좋잖아요.ㅎㅎ 요즘 어딜 가도 배민 이슈가 나오는데.)

쿠스 베커(제이콥 페트스 베커). 장병규 의장.

쿠스 베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남아공에서 ‘엠넷’을 설립하고 내스퍼스를 인수해서 내스퍼스를 미디어 기업을 넘어 글로벌 투자 기업으로 키운 인물입니다.

국내에는 다른 유명한 투자자에 비해 이 분은 그리 아는 분들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쿠스 베커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2016년에 쓴 적 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아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 히어로의 지분을 22%나 보유한 최대주주가 바로 이 내스퍼스입니다. 어찌 보면 쿠팡을 재팬 쿠팡을 넘어 싸우디 쿠팡으로 본다면, 배달의 민족은 게르만 민족을 넘어 남아공 민족이기도 한 지분 관계랄까요? 그리고 이 내스퍼스는 텐센트의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텐센트가 지금은 중국의 공룡 기업이지만 2001년만 해도, 메신저 서비스 외에는 수익모델이 없어서 마화텅 회장이 돈 구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그때 쿠스 베커가 내스퍼스 자회사를 통해 텐센트 지분을 46.5%나 확보합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텐센트는 과거 카카오톡에 일찍이 투자해서 큰 투자수익을 얻었지요. 그보다 더 빨리 쿠스 베커는 텐센트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고요.

그 이후로 텐센트는 중국의 거대 기업이 되어가면서, 내스퍼스의 텐센트 지분은 약 33%가 되지요. 그리고 이 지분을 꽉 쥐고 있다가, 2018년에 2%만 매각했는데, 수익은 100억 달러, 지분 가치의 수익률은 약 5000배 수준. 나머지 31%의 지분은 3년 내에 매각할 생각 없었다고 했으니 아직까지도 최대주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가치투자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치투자의 투자기간은 얼마일까요? 쿠스 베커가 텐센트를 2001년부터 투자해서 5000배 이상의 가치가 되었으니, 수익률도 엄청나지만 기간도 상당히 길지요. 쉽지만은 않습니다. 1000배 이상 뛰었을 때 안 팔고 싶었을까... 싶어 지는....싶어지는.

게다가 국내 시장은 주가 조정을 하는 드라이브도 상당히 과격하지요. NAVER의 월봉, 카카오의 월봉을 봐도, 국내에서 가치투자를 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깊은 산맥 같은 조정을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거기에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미래에 크게 성장할 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수이겠지요.

전 솔직히 국내에서 가치 투자할 멘털은 아직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주식을 시작할 때는 이채원의 가치투자 같은 책도 읽고, 그분의 강의도 들어봤지만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최근 갔던 투자강의에서도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VIP 자산운용의 대표분이 오셨는데, 한 대학생이 우리 동호회에서 대표님 팬이 많다고 사인도 받아가던데. 그만큼 젊은 초보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에 큰 관심을 가지더군요.

분명히 가치투자의 이론이나 이념은 참 멋집니다. 그런데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분들의 멘털은 일반인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가치투자로 성공한 투자자들도 참 보통 멘털이 아니라고 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불모지 같은 곳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당연히 두려운 일이고, 오르면 팔고 싶고, 조정이 오면 팔고 싶은 게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쿠스 베커처럼, 이 시장의 이면에는 뛰는 투자자 위에 나는 투자자라는 존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배달의 민족 매각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은 인물은 사실 장병규 의장이지요. 현재 4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인 장병규 의장이 본인의 투자회사인 본엔젤스로 배달의 민족의 사업 초기 자본으로 3억을 투자해줬습니다. 그리고 8년 만에 회수할 자금은 약 3천 603천60억 원. 1020배 수익률이지요.

또한 장병규 의장은 배틀 그라운드로 엄청난 대박을 친 크래프톤(옛 블루홀)을 창립한 인물이자, 최대주주입니다.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2017년 말에 5조가 넘었는데 요즘 시가총액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네요. 2018년 당시 장병규 의장의 보유지분의 가치는 거의 1조였습니다. 2018년부터 약간의 지분 매각을 한 것 같던데, 엄청난 수익률을 얻었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크래프톤의 2대 주주가 텐센트입니다. 텐센트가 2018년에 5천억 원 투자해주고, 작년에 지분도 조금 더 늘렸더군요. 그리고 텐센트의 최대 주주는 쿠스 베커.

장병규(크래프톤/본엔젤스), 텐센트, 내스퍼스(쿠스 베커).... 이).... 무슨 날아다니는 분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투자를 하고 있는지. 넘사벽이랄까. 대체 안목과 멘털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것인지. 참 대단들 한 것 같습니다. 이 거대한 투자시장과 기업 뒤에는 이렇게 뒤에서 조용히 훨훨 날아다닌 거대한 투자자들이 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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